루게릭병 원인 – 근육이 아닌 신경이 먼저 무너지는 이유

루게릭병 원인 – 근육이 아닌 신경이 먼저 무너지는 이유

루게릭병(AL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면서 뇌에서 내려오는 운동 명령이 전달되지 못하고, 결국 근육이 위축되고 마비되는 진행성 신경질환입니다.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를 바탕으로 유전, 환경, 유전자 돌연변이, 염증 및 자가면역 반응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루게릭병의 가능한 원인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드릴게요.


1. 유전적 요인 – 전체 환자의 약 10%

루게릭병의 90%는 뚜렷한 원인이 없는 ‘산발성(산발성 ALS)’이지만, 약 5~10%는 가족력이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유전자 특징

SOD1 유전자 가장 대표적인 유전성 루게릭병 유전자. 산화스트레스를 억제하는 역할이 있음
C9ORF72 유전자 미국과 유럽계통에서 가장 흔한 돌연변이. 정신질환과도 연관됨
TARDBP, FUS 단백질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세포 내 단백질 응집 이상을 유발함

유전성 루게릭병(FALS)은 주로 40세 이하의 조기 발병, 빠른 진행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직계가족 중 다수에게서 발병하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2. 산화스트레스 – 신경세포 손상의 핵심 메커니즘

루게릭병 환자의 뇌와 척수에서는 **과도한 활성산소(ROS)**가 발견됩니다. 이는 정상적인 세포 대사를 방해하고, 운동신경세포를 빠르게 죽이는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 SOD1 유전자의 기능 이상 → 활성산소 제거 능력 저하
  •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 손상 → 세포 사멸 유도
  • 자가포식(autophagy) 기능 마비 → 손상된 단백질 축적

즉, 신경세포 내 산화적 손상이 누적되면서 루게릭병이 시작된다는 이론이 매우 유력합니다.

 

3. 글루탐산 독성 –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과다

우리 뇌에서 흔히 쓰이는 글루탐산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입니다. 하지만 루게릭병 환자에게서는 이 글루탐산이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신경세포가 과흥분 상태에 빠지면서 세포사가 유도됩니다.

  • 글루탐산 수치 증가 → NMDA 수용체 과활성
  • 칼슘 과유입 → 세포 내 신경세포 독성 유발
  • 궁극적으로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

이러한 기전을 막기 위해 **리루졸(Riluzole)**이라는 약이 개발되었으며, 이 약은 글루탐산 억제 작용으로 생존 기간을 소폭 연장하는 데 사용됩니다.

 

4. 단백질 응집 이상 – 세포 내 청소 시스템 마비

정상적인 신경세포는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루게릭병에서는 이 기능이 망가지면서 세포 내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응집체)가 쌓이게 됩니다.

  • TDP-43, FUS 단백질 등이 세포 내에서 뭉쳐서 축적
  • 응집체가 신경세포의 정상적인 신호 전달 방해
  • 세포 스트레스 유도 및 세포사 유발

이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질환과 유사한 병리 메커니즘이며, 현재 이 응집 현상을 막는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연구 중입니다.

 

5. 유해 환경 노출 – 직업, 독성 물질과의 연관

산발성 루게릭병의 많은 환자들이 특정 환경 요인에 더 많이 노출되었다는 공통점을 보여줍니다.

환경 요인 설명

군복무 경험 미국 국방부 조사 결과, 군인 출신이 일반인보다 발병률 2배 이상
납, 수은 등 중금속 장기 노출 시 신경세포 파괴 가능성 ↑
농약, 화학물질 제초제, 산업 화학약품 등에 장기간 노출 시 위험 증가
흡연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발병 가능성 높임

또한 농업, 건설, 용접, 화학 관련 업종 등에서 직업성 루게릭병의 발생률이 높은 편입니다.


6. 바이러스 및 감염 요인

일부 연구에서는 루게릭병 환자에게서 헤르페스 바이러스,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엔테로바이러스 등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 바이러스가 루게릭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확실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면역 시스템의 이상 반응 또는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손상루게릭병의 발병을 유도할 수 있는 간접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7. 자가면역 반응 및 염증

루게릭병 환자에게서는 **신경세포 주변에 염증성 면역세포(미세아교세포, 대식세포)**가 다수 관찰됩니다. 이는 뇌와 척수에서 신경세포를 이물질로 잘못 인식하고 공격하는 자가면역 반응이 일부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 → 신경세포 손상 촉진
  • 뇌혈관장벽(BBB) 투과성 증가 → 독성물질 유입 쉬워짐

현재 일부 임상에서는 항염증제나 면역조절제의 보조적 효과를 탐색 중입니다.


8. 장내 미생물과의 연관 가능성 (최근 연구)

최근 루게릭병 환자에게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디스바이오시스)**이 관찰되며,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루게릭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 장내 세균이 생성하는 대사산물 → 신경전달물질에 영향
  • 장내 면역세포 → 전신 염증 상태 유도
  • 일부 미생물 조성이 루게릭병 진행 속도에 관여 가능

아직 초기 연구 단계이지만, 향후 프로바이오틱스나 식이요법을 통한 보조 관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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